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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9일은 막내의 8번째 생일이었다.
생일 선물로 뭘 사줄까?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인라인스케이트'라고 말한다.
두 말도 않고 10만 원을 들여 샀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서인지 도무지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않던 녀석은 겨우내 뱃살이 두둑해졌다. 3월은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날씨다. 저놈의 미세먼지만 아니면 좋으련만 그렇다고 미세먼지 탓으로 더 이상 몸을 게으르게 놔두면 안 된다. 인라인스케이트를 꺼내면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막내를 향해 말했다.
민수야 인라인 타러 갈래?
탈 거야 하며 말하더니 순식간에 컴퓨터를 끄며 일어나더니 무
릎과 팔꿈치 보호대를 찾고 있다. 
3월은 겨울이 엉덩이를 들썩거릴 뿐 완전히 물러난 게 아니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서 땀이 나겠지만 옷은 따뜻이 입어야 한다. 특히 운동 후 땀이 식으면 금방 몸도 식게 마련이다. 운동하면 덥다며 티셔츠만 입고 나가려는 막내를 잡아 외투를 입혔다.
막내는 곧바로 인라인을 신고 나가도 되냐고 말한다. 그러나 
'아빠 인라인 신고 나가도 돼요?'
그러나 처음부터 못하게 하는 것보다 이유를 알게 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 여기서 한번 신어봐라고 말했더니 아이는 서투른 행동으로 신어 본다. 그러나 역시 내 도움이 필요하다. 잠금장치를 풀어 발을 깊숙이 넣고 다시 잠금장치를 잠근 뒤 찍찍이를 단단히 조여 붙였다.
민수야 일어 놔봐!
그러나 아이는 일어나지 못한다.
인라인 신발을 처음 신어본 아이는 몇 번을 시도하더니 쉽게 일어 날수 없다는 것을 알았는가 보다.
'아빠 아빠 말씀대로 벗고 나가서 놀이터에서 신을게요'
아이는 다시 운동화를 신었고 나는 인라인스케이트를 들고 나섰다. 놀이터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겨 주었다. 그리고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더니 두 다리는 제멋대로 벌어지고 멀어진다. '아~아!' 소리를 몇 번씩 반복했다.
'아빠 나 달리고 싶은데......'라며 걷지도 못하는 녀석이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 가당치도 않지만 우선 서 있는 것과 한 발짝씩 걷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민수는, 천천히 걸는 것부터 해 보라고 말했지만 이 녀석 마음은 저 앞에 있는지 급히 걸으려고 하다가 무릎이 꽈당 하고 말았다. 지금 내가 아이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천천히 배워야 한다는 것과 그것이 몸으로 스스로 깨쳐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
놀이터는 바닥이 약간 푹신 거려서 아무래도 인라인스케이트가 미끄러질 가능성이 훨씬 덜하고 넘어져도 다칠 염려가 적다. 그래서 놀이터를 연습 장소로 선택했지만 먼저 내 손을 잡고 중심 잡게 했다.

그리고 놀이터를 세 번 정도 돌았다.
손을 놓기 전 아이에게 가르쳐 주었다.
먼저 발은 벌리지 말고 평행하고 하고 무릎에 힘줘야 해 그리고 허리는 약간 구부려야 해 만약 허리를 반드시 펴면 뒤로 넘어질 수있는거야  라며 허리를 반드시 펴게 한 다음 아이의 등을 살짝 밀었더니 아이는 꽈당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민수야 알았지 허리를 펴니까 어때? 뒤로 넘어지지? 그래서 허리를 약간 앞으로 숙여야 해라며 허리를 숙여 보라고 했다. 이번에도 아이를 살짝 밀었지만 앞으로 넘어지지 않고 미끄러졌다. 
아이는 금방 이해를 했는지.. 빙그레 웃는다.
이제 아이 혼자 연습하도록 두어야 한다.
내가 전문 강사도 아니고 그냥 몸으로 배운 것뿐이다. 뭐든지 몸으로 배워 깨우치는 것이 진정 내 것이다.
놀이터를 혼자 열 바퀴 가량 돌더니 이제 인라인스케이트를 신은 채로 서서 잘 걷는다.
이마에 땀이 송알송알 맺혔다.
난 올 때 신고 온 운동화를 들고 민수야 내일 학교 다녀와서 놀고 오늘은 피곤할 테니 그만 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갈 때는 올 때와 달리 인라인을 신고 가라고 했다. 난간을 잡고 휠체어 경사로를 따라 오르는 연습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연습이 필요하니까....
며칠 뒤,
민수는 혼자서 인라인 신발을 신고 단지를 몇 바퀴고 돌고 온다. 오늘은 점심을 먹고 나간 녀석이 어둑어둑 해서야 돌아왔다. 그리곤 이내 시체놀이 중이다.
잠귀가 밝은 녀석인데 흔들어도 모르고 깊은 수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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