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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그치고 산과 들엔 따뜻한 공기가 흐른다. 수양버들 가지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 멀리서 보면 여인의 머릿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게 여간 이쁘기만 하고 쑥은 아주 작은 모습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 보이며 봄날을 맞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몸의 컨디션이 상당히 나빴다.
갑자기 일요일까지 별문제가 없었는데 월요일 출근하면서부터 몸이 무거워지고 힘이 없고 운동마저 귀찮기만 했었다. 아무리 잠을 자도 또 자고 싶고.... 확인을 해야겠지만 지난 일요일의 헌혈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2주 간격으로 4번의 헌혈을 했는데 지난 11일 헌 혈전 검사에서 혈소판 수치가 다소 낮았다. 헌혈 불가능 수치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별문제는 없다는 말에 따라 혈소판 헌혈을 했는데 다음날 아침부터 컨디션이 악화되었다.

혈소판 헌혈은, 혈소판과 혈장을 동시에 추출하는 헌혈로 일정량의 피를 흘려 담아 원심분리기를 이용하여 혈소판과 혈장을 분리 해내고 다시 몸으로 리턴 시키는 과정을 6~7회가량 실시하는데  1시간 30분간 소요되기 때문에 몹시 지치고 만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약품이 투입된다. 혈소판이 체내에서 빠져나가면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구연산, 항응고제에 의해 말초 신경에 작용하는 혈소판의 감소로 인해 잇몸, 입술의 떨림이나 매스꺼움 또는 심장의 두근거림이 나타나기도 하고 혈소판이 분리된 혈액은 차갑기 때문에 추위를 느끼거나 팔이 멍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혈소판 헌혈 때에는 팔을 담요로 덮어  체온을 유지하기도 한다. 
특히 구연산의 작용으로 캄슘 이온의 감소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온 음료 등을 먹으면 좋다.
지금까지 수 없이 많은 헌혈을 했지만 400CC 의 전혈의 채혈  시간이 4~5분 이내이니 크게 힘들다고 느낄 시간마저 없다 그럼에도 굳이 많은 시간이 필요한 혈소판 헌혈을 하게 된 배경에는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것이 혈소판'이어서다.

항암치료란 말 그대로 항암 세포 사멸을 목적으로 하는 항암제를 복용하는 것이지만 암세포처럼 비교적 성장이 빠른 골수세포나 위장관의 점막세포, 머리카락이 자라는 모낭세포 등에 영향을 준다. 이 세포들까지 사멸하는 부작용이 동반하게 된다. 그래서 소화불량이나 식욕감퇴, 탈모, 과도한 피로감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고 한다. 또 골수세포의 기능 저하로 혈액 생산이 더디게 되고 혈소판의 감소로 출혈시 혈액 응고가 더디게 되고 말초 혈관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하여 혈액 부족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장출혈에 의한 혈변이 나타난다고 한다.

며칠째 힘도 없고 몸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용변을 보다가 알게 되었다. 새카만 색의 배변이었다. 난 술과 담배를 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 배변은 아주 좋다. 말 그대로 아이와 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 왜 배변 색이 검은 것일까?
그때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바로 혈소판 부족에 의한 장 출혈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힘이 없을 뿐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자기 혈액은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변한다고 한다. 그래서 장에서 출혈이 있는 경우 적혈구가 죽으면서 시커멓게 변하는 것이다. 참 대단한다. 인간의 장기는 외부에서 흡수되지 않고 자기 몸에서 배출되는 것은 무조건 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밥은 선지 해장국을 먹기로 했다. 내 배속에서 내 피는 흡수하지 않고 배출한다면 다른 동물의 피를 넣어주면 되겠지? 
동물의 피엔에는 다량의 철분이 들어 있어 조혈에 좋지 않겠는가?
따끈한 선지 해장국에 밥을 말았다. 한 방울의 국물도 남김없이 마셨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오늘 난 거짓 말처럼 좋아졌다. 배변 색도 정상에 가까워지고, 몸이 정상으로 회복하고 있는가 보다.
가족들에겐 이에 대하여 한마디 하지 안 않지만 알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이가 한두 살도 아니고 뭔 헌혈을 그렇게 해?"
그래서 다음 주에는 헌혈을 건너뛰고 2주쯤 더 쉬었다가 할 것이다.
지금까지 총 70번의 헌혈 중 20회가량의 혈소판 헌혈을 했는데 이번과 같은 어려움은 처음이다. 
모처럼 좋은 경험을 했다.
이 또한 공부 아니겠는가?

'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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