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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훈계보다 남자 대 남자의 설득을 듣고 싶어한다."

중국 중심의 한자 문화권에서 삼강오륜(三綱五倫)에 '부자유친(父子有親)이 있다면 서양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있다.

이 둘이 어떻게 같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같다.

왜?

부자유친이란 아버지와 아들이 친해야 한다는 뜻인데 정작 부자가 친하다면 뭐 하러 그런 개뿔같이 '친해야 한다'라고 했겠는가?

서양문화가 직설적인 표현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친하지 않은 존재(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했다면 동양에서는 이를 교묘히 감춰 친해야 한다고 말할 뿐 친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함은 동일한 수사법(修辭法)이다.

물론 있다(有)라고 하여 아버지와 아들이 친하다고 했지만 이는 유교 문화권에서 표현 가능한 지극히 간곡한 표현일 뿐 궁극적으로 안 친하니 친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이 같은 내 생각에 그렇지 않다고 반론이 있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여기길 바란다.)

제우스가 신중의 신이 된 이야기를 보더라도 결코 아버지는 아들과 친하지 않았고 제우스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제우스가 태어나기 전 불길한 예언을 듣는다. 나도 너의 아버지 우라노스처럼 아들에게 쫓겨나 죽는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내 레아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삼켜 버린다. 아이를 낳으면 뭐 하겠는가? 남편이 삼켜 버리는데....? 그래서 레아는 막내 제우스를 몰래 빼 돌리고 대신 돌맹이(옴팔로스)를 강보에 싸서 남편 크로노스에게 준다. 제우스는 정령들의 도움과 아말테이아라는 염소(제우스는 아말테이아가가 죽은 뒤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준다. 염소 자라)의 젖을 먹고 자라서 아버지와 싸우고 마침내 신중의 신이 된다.

이야기는 신들의 이야기이고 영웅의 이야기에도 아버지와 아들은 친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는 왕의 아들로 태어나지만 아버지를 죽이고 아내를 차지한다는 신탁을 듣고 아들(오이디푸스)를 죽이라고 한다.

고대 베테의 왕 '라이오스'는 아들을 낳는데 나중에 아들이 자신을 죽이고 아내 이오카스테를 차지하는(근친상간)을 예견하는 말을 듣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죽이라고 말하지만 .... 양치기 목동의 도움으로 이웃 나라에서 살게 된다. 성년이 된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운명을 점치지 아버지는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는 말을 듣고 이웃 나라로 가던 중 생부 라이오스를 만나 시비를 하게 되고 오이디푸스는 생부를 죽이고 만다. .. 이후 생략.

이 같은 일을 두고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아들이 아버지와 경쟁관계에 있다는 것을 두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동서양 구분 없이 아버지와 아들은 그리 친하지 않은 관계였음을 고대 신화에서부터 이어져 온 일이다. 그래서 '부자유친이라는 말은 부자가 친해서가 아니라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해야 한다는 강조 사항'으로 보는 것이 내 견해다.

나 역시 아들과 친하지 않았다.

물론 내 잘못이 크다.

매사 아들을 가르치거나 동양 윤리를 바탕으로 훈계하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도 그랬고 또 할아버지도 그랬을 것이다.

소나무 밭에 소나무 나고 대나무밭에 대나무 난다고 했다. 나의 태도는 아버지에게서 배웠고 아버지도 할아버지에게서 배웠을 것이니 부자간의 불 친한 관계는 언제까지 기혹 될 수밖에 없다.

아들을 볼 때마다 잘못된 태도와 행동이 내 눈에 잘 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들의 그러한 단점이 왜 내 눈에 잘 띌까?

"아들의 단점은 곧 나의 단점이어서 남보다 잘 보이는 것이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것이 왜 내겐 잘 보이고 용서 못 하는 것으로 여길까? 그것은 아들의 결점이 내 결점이라서 그 결점이 잘 보이고 용서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을 바꾸었다.

"아들과 친구가 되자. 그리고 아들을 훈계하지 말고 남자 대 남자로 설득하자"

진지하게 아들에게 말했다.

정말 정말 하지는 않지만(앞으로 그렇게 되겠지만), 친구에게 말하듯 그리고 남자끼리 할 수 있는 말!

그리고 며칠째,

아들의 행동이 변했다.

아내가 묻는다.

"당신 아들에게 뭐라고 했길래 애가 달라진 거야?"

"진작 좀 그렇게 하지 !"

미안해 그래서 미안하다.

내가 내 자존심만 지키느라 부자유친을 못했다.

오늘 아들을 안아 주세요.

그리고 자신 있게 말하세요.

"아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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