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너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네가 내 눈에 들어오기 전까지 더 정확히 말하여 내가 너를 통해 깨달음을 갖기 전에는 넌 단순한 조약돌이었고 나는 백사장의 모래를 밟으며 희로애락 사이를 오가며 추억과 희망을 고민하는 한 사람에 불과했을 것이다.
네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재질은 무엇이고 어느 시대에 형성된 돌일까?라는 문제는 그저 교과서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후 넌 내 주머니에 들어왔다.
바닷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돌 일 뿐이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것뿐 별 가치를 발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너만으로도 충분한 존재의 가치가 있다.
어디서 왔을까?
먼 우주에서 광풍의 속도로 날아와 지구에 안착했을까?
그래서 우주의 시간을 고스란히 안고 지구에 알 수없는 메시지라도 전하려 온 것일까?
우주 저 끝 어디선가 생명체의 존재와 역사를 알려 주려 한 것일까?
신들의 언어와 별들의 눈물을 알고 있을까?
지구보다 더 많은 나이로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라고 있을까?
작은곰 자리의 슬픈 사연과 은하수를 두고 애틋한 연정과 그리움을 불태우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넌 어디서 왔니?
우주가 아니라면?
높은 산의 오뚝 솟은 봉우리였니?

세상을 내려다보며 사람들의 삶을 지켜만 보던 산이었니?
아니면 커다란 바위였어?
여름엔 나무꾼의 피리 소리를 들었겠네?
이름 모를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도 잘 알겠네?
동물들의 속삭이는 사랑의 밀어는 어땠어?
꽃들이 피고 지고 나무가 새 옷으로 갈아입고 색동옷으로 바꿔 입는 수억만 번을 바라보았을 거야.
어때 곰과 호랑이가 쑥과 마늘을 먹는 것을 보았니?
분명 하늘의 선녀들이 내려보내는 두레박도 보았을 거야.
모진 바람과 비 그리고 땅의 흔들림으로 넌 바다로 왔겠지?
너의 몸은 깨어지고 산산이 부서지는 고통과 분노로 뜨거워진 너를 바다는 기억할 거야.
그리고 바다의 물결이 널 여기에 데려오는 사이 넌 또 새로운 세상과 만났을 거야?
용궁의 아름다운 모습과 거북이가 토끼를 유인하여 데려가는 모습은 물론 토끼가 탈출하는 모습도 보았고 심청이가 물에 빠지는 모습도 기억할 거야.
고향을 찾아 수만리 물길을 찾아오는 연어의 이야기도 알 걸?
다 기억하지 못해도 그래도 알 거야.
넌 보았을테니,
너의 몸이 이토록 매끈하다는 것은 네가 온갖 고통과 시련을 겪으면서 아름답게 변했단 것이겠지?

또 부드러운 물이 널 매끈하게 해 준거지만 아팠겠지.
그 아픔속에서 수 많은 희로애락의 얘기를 기억하고 있고 기억하게 해,

고작 내가 살아온 수십 년이란 너에게 단 한번의 깜박임도 안되네.. 그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