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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대 중후반의 중년들은 누구나 교복을 입었습니다. 까만 교복과 빡빡 머리를 감추는 모자를 눌러써야 했었으니까요. 물론 여학생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얀 깃과 단발머리 사이에 드러나야 했는데 그 하얀 목에 가느다란 솜털이 뽀송뽀송 이뻤던 소녀가 있었습니다.
나보다 먼저 버스에 타고 앉아 있었던 그녀는 늘 내 가방을 받아 주었습니다. 옛날 책가방도 무거웠습니다. 그 무거운 책가방에 도시락까지 넣고 다녀야 하니 더 무거울 수밖에 없었지만 단 한 번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자신의 무릎에 내 책가방도 얹혀 주었습니다.
학교가 나보다 몇 정류소 더 멀리 있어서 늘 내가 먼저 내리는 동안 내 책가방은 내내 그녀의 무릎에 앉아 있었고 나는 책가방 녀석이 부러웠을 뿐 소녀는 얼굴 마주하기를 피하느라 창밖만을 내다보고 있었고 그녀의 하얀 속살이 보일 듯 말듯하여 내려다보기 민망하여 애써 딴짓을 했습니다.
3년을 그렇게 보냈고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가끔 두 정류소 먼저 내리는 소녀를 따라 버스에서 내려 따라가 보았지만 주위의 시선이 두려웠는지 이내 피하고 말았던 소녀에게 나는 단 한번 편지를 썼습니다. 요즘은 보기 어려운 일이지만 꽃 편지였습니다.
예쁜 노란 팬지 꽃잎을 따서 책갈피 사이에 넣고 무거운 책으로 물러 말린 후 카드 크기로 자른 색 도화지를 접어 물풀을 바르고 펜지 꽃잎을 곱게 곱게 붙이면 펜지 꽃 편지가 완성됩니다. 그 꽃 편지에 깨알 같은 사연을 적어 건넸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보자면 매우 유치하지만 꽃 편지에 내 마음을 쓰기 어려워 시를 적었습니다. 그 꽃 편지를 어떻게 전달했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그녀의 무릎 위에 있던 내 책방을 낚아채듯 가져오면서 얼떨결에 그녀에게 쥐여주었습니다.
그리고 40년이 지났습니다. 그날 소녀에게 쓰고 남은 팬지 꽃잎은 아직도 묵은 시집에 남아 있습니다.
소녀는 날 기억하고 나 있을까?
오늘도 팬지는 예쁘게 피었는데 소녀에게 팬지는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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