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대비,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

정년을 2년가량 남겨둔 공무원이다.
8년간의 군대 생활을 청산하고 전역하여 경찰관이 되었다.
당시 서른이 넘은 나이였지만 처자식을 먹여 살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먹고사는 게 일이라 했던가?
정말 박벙이었던 80~90년대 공무원은 봉급은 매우 낮았지만 8년의 군 생활 경력을 온전히 인정받는 일은 그나마 공무원뿐이어서 난 주저 없이 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30여년의 경찰관 생활 도중 단 한 번의 후회도 없었다.
그리고 세 아이를 건강히 성장 시켰고 큰 아들과 딸은 나를 이어 경찰관이 되었고 더군다나 여식 아이는 경찰관을 만나 결혼까지 했으니 우리 집엔 경찰관만 4명이다.
물론 막내는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니 미래에 대한 예측이나 희망을 가져보지만 입 밖으로 말하진 않는다.

그 막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난 은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앞날이 착찹하다.
난 아직 젊은데...... 그러나 여태껏 35년 가까이 일해온 내가 잠시도 쉬지 못하고 또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난 죽도록 일하다 죽는 소의 운명으로 태어났는가?라는 생각마저 품어 본다.

그러나 그런 불만도 잠시 난 여전히 노모와 어린 자식을 양육해야 하는 의무만 졌을 뿐 연금으로 노후를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란 찾아보기 어렵다.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연금으로 여유 있게 사시죠.
그러나 300백 도 채 안 되는 연금에서 보험료와 세금으로 30만 원가량 빠져나간다는 선배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퇴직 후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만다는 현실을 느낀다.
그래서 일을 해야만 한다.

모르는 분들은 말한다.
퇴직금이 있지 않느냐?
그러나 그런 건 없다. 전체를 연금으로 수령하고 일부 퇴직 수당이란 게 조금 있지만 그건 아파트 대출금 상환에 보태야 하니 은퇴 후는 그야말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분명하다.
아직 퇴직은 2년이 남았지만 몇 달 전부터 퇴직 후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다.
세상에 내가 가진 기술을 찾는 직장은 많았다.
난 직업과 무관하게 예전에 습득한 자격증 등이 있어 이 지격증을 기본으로 일거리를 찾아보았다.
예를 들어 컴퓨터 응용 선반 기능사 전자기기 기능사 무선설비와 통신 감리 등이다.
그러나 모두 같았다.
육십이 넘은 사람은 오갈 데가 없었다.
55세가 한도이고 어쩌다 57세까지 채용 하기도 하지만 난 이미 59세이니.... 내 나이엔 미화원 주유원 등이 전부였다.

오호통재라..!
물론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은 건 아니지만 쉬워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주변의 얘기를 들어 보았다.
그래서 몇 가지 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소방안전관리자, 가스안전관리자, 위험물 취급 산업기사 혹은 기능사, 나아가 통신 감리(자격증+경력+교육 이수하면 되니까)까지.. 하나씩 해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로 소방안전관리자 2급 교육을 신청했다.
4일간 빡세게 교육받고 응시해서 70점을 획득해야 한다고 한다. 작년 까지만 해도 60점이었는데 70점으로 상향 조정해서 좀 어려울 것이라 한다.
4일간의 교육.... 어렵진 않았다.
용어가 생소해서 그럴 뿐... 법률(사실 쉽다), 기계, 전기까지 모두 내가 아는 상식선이거나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험은 늘 긴장된다.
그리고 아는 것과 시험은 다른 법!
긴장될 수밖에 없다.
4일 차 마지막 시간에 시험을 치르고..... 결과가 나왔다.

 

 

1,2과목에서 각각 3개씩 청 6문제가 틀린 88점.
물론 합격이다.
교육 인원 중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 1/3 은 일찍이 자리를 떴고 합격자는 자격 수첩을 받고 나왔다.
한결 마음이 가볍다.
그래 하반기에 아예 1급을 따자.
※예상문제를 풀어 보니 74점으로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위험물 산업기사 시험을 보자.
설마 막내를 부양하고 노모를 봉양할 일 자리를 구 할 수 있겠지!

난 지금까지 은퇴 후 뭘 하지?를 고민했지만 이제 더 높은 나로 이끌어 낼 꿈에 부풀어 있다.

 

참고로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을 따고자 하는 분에게 힌트를 알려 드린다.
제1과목,
소방법과 화재 및 소화이론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생소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외우면 된다.

제2과목,
소화설비 소화용수설비 피난 설비 피난 도구 등에 대해선 암기로는 어렵다.
전체적인 기계 기구의 구조와 구성 그리거 원리 작동원리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기계와 전기(전자 기술이 있어서 쉬웠다)에 대한 지식 없이 무턱대고 암기하려 했다간 어림도 없다.
한마디로 전체적인 얼개와 동작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