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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때 고구마를 사왔는데 영 별로 였습니다.

몇 년 전 함평천지휴게소에서 사왔던 호박고구마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고 그 맛난 호박고구마를 찾아 여러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휴게소에 들렀지만 애석하게도 없답니다.

결국 유사한 고구마를 구하기 위해 멀리 해남까지 갔습니다.

고구마를 좋아하는 아내와 딸에게 맛난 군고구마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면 이정도 쯤이야~!

그러나 옛날 '해남 물고구마'를 맛 볼 수 없었습니다.

옛날 고향에서 먹었던 군고구마의 특징은 딱 이랬습니다.
껍질을 벗기면 짙은 갈색의 끈적끈적한 진액이 속살에 배에 있습니다.
고구마가 익어 가면서 내부의 진액이 껍질에 스며들어 끈끈하게 엿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약간 새콤한 맛 같으면서도 달달한 맛이 그야말로 꿀입니다.
이 것이 나 어릴적 아버지가 아궁이에 묻어 구웠던 고구마 였습니다.
그러나 그 아련한 추억의 군고마를 먹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보름 전 춘천에 들렀습니다.

춘천에 사는 손위 처남은 여동생이 고구마를 좋아 한다는 것을 알기에 맛있다며 강화도 고구마를 한박스 주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몇 년전 그 함평호박고구마에 비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맛있었던 함평호박고구마를 포기 할 순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기댈 곳은 딱 하나 어머니 뿐입니다.

팔순의 노친네 이지만 그래도 지역의 소문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나보다 훨씬 나을거라 믿었습니다.


'어머니 전데요'

" 응 왜? "

'저 옛날 고향에서 먹었던 그런 물감자 없을까요? '

※ 옛날 전라도에선 고구마는 감자, 감자를 북감자 라고 했습니다.

" 긍께 말이시~  요즘은 옛날 그런 감자가 업더랑께~"

'민수엄마가 고구마 좋아하잔아요. 그래서 지난번 올 때 사왔는데 영 별로예요'

"그라든가?"

"알았네이~ 내가 한번 알라 볼텐께 기다려봐~"

그리고 그제 전화가 왔습니다.

" 옛날 그 맛과 같을지는 모르지만 먹어봉께 맛이뜨랑께~ 그래서 보냈쓴께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거여...글고 고구마는 절대 베란다에 내 놓으면 안됑께 꼭 방에다 둬야 해 알았째이~"

'예 알았어요'

(물론 저도 잘 압니다)


그리고 오늘 그 물감자가 도착 했습니다.


 


고구마, 양파, 마늘로 유명한 전라남도 '무안'에서 왔습니다.

옛날 무안은 밤고구마 해남은 물고구마로 유명 했었는데 무안에서도 이젠 물고구마를 제배하나 봅니다.


밤 열시(22:00) 아내는 배 부르다면서도 직화남비에 고구마를 넣고 불을 가스불을 피웠습니다.(10년도 넘은 우리집의 직화남비 입니다.)


 


고소한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니...코가 벌름벌름 해 질 무렵,

남비의 고구마를 먹기 좋게 종이 상자에 옮겼습니다.


 


일단 군고구마의 가운데를 뚝 부질러 보았습니다.


 


물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정말 먹음직스러운 고구마 입니다.

색상, 윤기, 냄새...어느 하나라도 부족해 보이지 않습니다.


껍질을 벗겨 보았습니다.


 


껍질을 벗겨내자 짙은 갈색으로 눌었습니다.

말 안해도 아시겠지만, 고구마를 굽다보면 진액이 밖으로 새 나오다가 뜨거운 열기에 굳은 것인데 엿처럼 끈적이면서 매우 단맛이 납니다.


노란 고구마가 정말 먹음직 스럽죠?


이제 먹어 봐야죠.

 

한입 먹어 본 우리 부부는 딱 이렇게 말 했습니다.

'말 시키지마 그냥 먹자 !'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동시에 터져 나온 말,

'몇 년 전 함평호박고구마와 똑 같네'


고구마는 토질에 따라 속살이 다르게 변합니다.

또 생장기에 충분히 비가오지 않거나 배수기 안되어도 고구마 살에 가느다란 실 같은게 있습니다.

그런데 요 녀석 그야말로 예술 입니다.

먹어보지 않고는 이 맛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절대,

그래서 박스에 붙어있는 '명함'을 사진찍었습니다.

또 주문 하려고요.

아마도 이 두박스가 이달을 넘기지 못 할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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