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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민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한 소년이 길을 가다가 제방에서 물이 새 나오는 것을 보고 손가락으로 막아 마을을 구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바다가 육지보다 높은 네덜란드에서 있을 법한 사실이었고 어린 우리에게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본받을 만한 이야기로 남아 있습니다.
프랑스의 쟌다르크와 유관순 열사와 동급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살신성인 이야기는 꾸임 이었습니다.
1865년 미국의 동화작가인 마리 메이프스드지(Mary Mapes Dodge)는 한 소년이 손가락으로 제방에 난 구멍으로 물이 새는 것을 보고 손가락으로 막아 마을을 구해 낸다는 동화를 어린이 잡지에 연재하게 되는데 이 내용은 내가 어려서 배웠던 네덜란드의 소년 이야기와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네덜란드에서  이 내용을 보고 아니... 우리나라가 써먹어야 할 이야기를 미국 따위가 써먹어서야 되겠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어이 친구 ~!
왜 그러는데?
이 동화책 좀 봐. 미국에서 인기 절정이 동환데 말이야 어린 소년이 제방이 무너질 뻔한 것을 손가락으로 막아 마을을 구했다는 거야.
뭐라고?
' 제방? 어쭈…제방의 원조가 어딘데…어디서 감히 미국 따위가….??'
'그런데, 이 동화 꽤 감동적이잖아? '
그러게 말야....!
'진짜…우리나라 동화 작가들은 다 뭐 한 거야? 양키 놈들이 이런 동화를 쓰는데…카우보이 나라에서 제방 동화를 쓰는데, 제방 나라에서는 뭘 하는 거냐고? '
제방의 나라에 소개된 미국 제방 동화는 곧 사람들의 흥미를 끌게 되었고, 이 흥미는 열풍으로, 열풍은 감동으로 이어졌다. 
'그래…제방이 있는 나라라면 있을법한 이야기야.'
' 그래 맞아, 우리나라에 있을 법한 이야기야 '
'이게 동화가 아니고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면서? '
'한 그란 애가 진짜 있었다면서? '
'실제로 있었다면, 한스를 위한 동상이라도 만들어 줘야 하는 거 아냐?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버린 아이인데…아이를 위해서도, 후세의 귀감이 되기 위해서도 동상은 건립해야겠어! '


이렇게 한스 브링카의 이야기는 네덜란드로 건너가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하나의 ‘감동’이 되었고, 이 감동은 실제로 있었던 일, 나중에는 네덜란드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로 점점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국에 가서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리기 위해 한스를 위한 동상을 만들게 된다. 
' 네덜란드에 가보니까, 실제로 손가락으로 제방을 막은 소년이 있더라고…정말 대단한 소년이야. '


'어…진짜 동상이 있었어? 그거 동화가 아니고 사실이었구나.....! '

이렇게 네덜란드에서 ‘실화’로 각색된 마리 메이프스드지(Mary Mapes Dodge)의 동화는 ‘동상’이라는 증거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실화’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곧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다. 이제 터진 제방 둑을 손가락으로 막아낸 소년은 ‘네덜란드 소년’으로 완벽하게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마치 소설 속의 춘향이가 실제 있었던 것처럼 춘향의 사당과 동상이 세워진 것과 똑같다. 물론 중국에서는 관우가 실제 있었던 사람으로 그려지기도 하니.... 사람들은 영웅을 창조하고 그 영웅의 삶을 배우고자 하나 보다.
어쨌거나 네덜란드의 소년 한스는 
전 세계를 돌고 돌아 한국에까지 상륙하게 되었고 교과서에서도 배우게 된다.
이제 전 세계가 다 알게 된 ‘제방 둑을 막은 소년’의 작품의 원작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네덜란드만이 기억되게 된 상황. 원작자인 미국 동화작가 마리 메이프스드지가 저세상에서 이 상황을 본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

한국당의 공천을 두고 도로아미타불(친박계 공천)을 말하려던게 엉뚱하게 네덜란드의 한스 이야기로 마감합니다.
아마도 아래 댐 지지율 그림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국민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한겨레신문]

[중앙일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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